ABOUT LĒTHĒ

기록을 위한 도구에
망각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레테는 그리스 신화 속 망각의 강입니다. 그 물을 마신 영혼은 이전의 삶을 잊는다고 전해집니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고, 모든 것을 기억할 필요도 없습니다. 망각은 실패가 아니라 인간의 조건이니까요.

RECORD

기록은 한 문장을 적는 순간에 끝나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이어진 생각. 책장을 넘기다 다시 읽고 싶어진 한 문장. 대화가 끝난 뒤에야 이름을 알게 된 마음. 회의실을 나선 뒤 더 선명해진 아이디어.

붙잡아 둔 문장은 시간이 지난 뒤, 전에는 보지 못했던 의미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BINDER

하루는 시간순으로 흐르지만, 기억은 의미순으로 남습니다.

오늘의 문장을 어제의 기억 곁으로 옮깁니다. 오래전의 생각을 지금의 질문 앞으로 가져옵니다.

레테의 첫 제품으로 바인더를 고른 이유는 더 많은 종이를 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무엇을 다시 읽을지, 무엇을 서로의 곁에 둘지 다시 고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OBJECT

속지는 흐르고, 가죽은 남습니다.

Paper flows. Leather remains.

쓴 속지는 빠져나가고, 새 속지가 들어옵니다. 수많은 기록이 오가는 동안에도 가죽은 곁에 남습니다.

많은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낡습니다. 가죽은 시간이 지나면 무르익습니다. 뻣뻣함은 부드러움이 되고, 무광은 천천히 윤기를 얻습니다.

어디를 자주 쥐었는지, 얼마나 자주 펼쳤는지가 표면에 남습니다. 무표정하던 가죽이 한 사람의 삶을 닮아 갑니다.

그래서 레테는 시간이 흔적으로 남는 재료만 씁니다.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운 물건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물건의 생애는 패키지에 담기는 순간이 아니라, 한 사람의 손에 놓이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Before Lethe.

레테에 닿기 전,
무엇을 남길지 고르는 시간.